드림/プリパラ

그녀가 없는 세계를 원해

밋-쨩 2024. 8. 22. 23:34

* 그믐님 글 커미션




- 이번 작품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깔끔하게 영화 홍보를 하면서 던지는 습관적인 플러팅 웃음에 자지러질 팬들의 모습이 훤하다. 아니, 인간의 앞뒤가 저렇게 달라도 되는 거임? 전혀 다른데 티가 하나도 안 나도 되는 거임?

그리고 그걸 나만 알아도 되는 거임?

“옘병.”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 티비 보면서 컵누들을 쥑쥑 먹던 밋쨩의 명치에서 뭔가가 기어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먹던 면은 당연히 아니고 울화다.

본인 아이돌 하꼬 생활의 근원지를 빤히 보면서 면발을 건져먹던 밋쨩이 아무것도 집히지 않은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어라, 없잖아.

그제야 고개를 숙여 그릇을 봤다. 다 먹었다. 배 여전히 고픈데 다 먹었다. 말아먹을 밥도 없는데.

- 시쿄인 씨, 팬들을 위해 영화 속 명대사 한 번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아, 그건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곤란하단듯이 웃는 얼굴조차 플러팅이다. 웩, 저딴 얼굴 나한텐 보여준 적 없는데.

- 그래도 음, 곤란하지만,

저 인간은 존재 자체가 플러팅이다. 그래, 솔직히 얼굴부터해서 저건 재능이다. 밋쨩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신이 바란다면 뭐든지 해야겠죠, 설령 바라는 게 제 죽음이라 하더라도.

그에 인터뷰어의 탄성이 자연스레 나온다. 화면 넘어서까지 전해진다.

짜증나게 잘한다.

저런 대사를 오그라들지 않게 할 수 있는 재능은 타고난 거다. 그렇기에 어디서든 저 사람을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러니 자신이 문제였던 것 같다. 결론이 굴러 거기로 자꾸 고인다.

밋쨩은 시쿄인에게 따지러 갔던 날을 회상했다. 당신 때문에 내 아이돌 인생 시작부터 땡땡땡 종쳤다, 어떡할거냐, 책임져라, 말했더니 살면서 본적없는 재-수없는 표정으로 시쿄인이 말했었다. 너, 라이브 한 번으로 아이돌 톱이 될 수 있어? 라고.

이 자식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라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시쿄인은 가능했으니까.

시쿄인은 재능 덩어리다. 그리고 나는 그 재능을 사실은, 좋아해. 재수없다는 말로 늘 덮어버리던 진실이 고개를 들었다. 더이상 숨길 수 없었다. 밋쨩은 처음 본 시쿄인의 라이브 역시 기억했다. 잊을 수 없었다. 그건 덮은 적도 없었다.

재능에 대한 동경.

재능도 없는데 아이돌을 왜 해. 그만 둬. 시쿄인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그딴 건 없다고 말하고 싶어도 재능러가 그런 소리를 하는데 비재능러가 반박할 논리는 없었다. 뭐든 전부 패배자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니까.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을 보는지 모를거다. 화면 안의 미소짓는 시쿄인의 얼굴은 납작했다. 밋쨩이 보는 시쿄인의 얼굴은 입체적이었다. 그러니까 입체적으로 빻았단 거다, 저 인간은. 말 한마디 한마디할 때마다 어? 쥐어박고 싶어 아주 그냥.

“아 개짜증나, 진짜.”

당시, 시쿄인과의 대화를 생각하자 밋쨩은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나를 아마도 바보라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다. 님보다 많을 거다.

재수없는 목소리가 왠지 들리는듯해 다른 채널로 돌렸다. 시쿄인 히비키가 모델인 음료 광고가 나왔다. 또 돌렸다. 시쿄인 히비키가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또 돌렸다. 시쿄인 히비키가, 아 진짜 뭐임? 여기 사실 거대한 시쿄인 히비키가 주인공인 세계관임?

개빡쳐서 티비를 껐다.

도시락이나 사러 가야지. 이걸 말하면 아이돌한다면서 식단 관리도 안하네, 하고 말할 시쿄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양껏 먹고 싶다면 그만 두는 게 어때? 하는 표정도.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시쿄인의 사고방식은 조금 변했으니까.

그는 이제 누구나 아이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발언은 철회했지만 그에 대해 사과한 적도 없다. 바라지도 않는다. 거기서 나오는 시쿄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만들어내는 환상.

그런 인간에게서 받는 인정따위 필요없다. 인정받고 싶다. 양가 감정이 든다.

밋쨩은 시쿄인 히비키 생각을 안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그 여자 생각이 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오늘도 밋쨩은 시쿄인을 제게 자꾸 주입시키는 세상에 힘들다. 괴로워서 비척비척 현관을 나섰다. 간식으로 기분 전환해야겠다.